중국 명나라의 보물선단

신화와 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들으며 여전히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지만, 명나라 보물 선단의 항해가 지속되었던 20년 동안 중국 문명은 세계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1405년에서 1433년까지 약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를 보유 했었습니다. 이러한 바다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해안(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의 중간지역)까지 세력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37개 이상의 국가와 상업적, 정치적 교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명나라의 보물 선단의 활동을 이끈 것은 전설적인 인물이 된 "정화"제독이었습니다. 그는 환관 출신으로 황제의 신임을 받는 이슬람교도였습니다. 정화 제독은 300척이 넘는 함대를 이끄는 역할뿐만 아니라 외교관, 정복자, 상인, 탐험가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했습니다. 명나라는 그에게 넓은 세상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는 명나라를 세계 널리 알리며 그에 보답했습니다. 비록 비천한 신분으로 시작했지만 뛰어난 해군 제독이 된 정화는 오늘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바다 위의 움직이는 도시로 불렸던 명나라 보물선단은 다양한 중국 함선들의 집합체였습니다. 선원의 수는 수만명에 이르렀고, 그들 중에는 항해에 필요한 전 분야의 전문가들부터 시작해서 별을 분석하는 천문학자, 항해 중에 확보하는 이국적인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들까지 선구적인 전문가집단이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물선단에 맞춤식으로 특별히 고안된 이동식 농장 배에서는 농부들이 수천 명분의 식량을 생산하였고, 선단을 호위하는 근위병들 또한 상당 수 있었습니다.

선단에서 가장 큰 배는 당시로서 상상하기 힘든 첨단기술을 담고 있었습니다. 폭 55m, 길이 120m, 배수량 3,100톤에 9개의 돛이 달린 이 배들은 당시 유럽의 그 어떤 배도 따라올 수 없는 크기였다고 합니다. 선실은 방수처리가 되어 식용으로 사용될 육지의 물이 채워졌고, 상황에 따라 바다동물을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선체에 물이 차는 경우 이 공간을 활용해 배의 부력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첫 보물선단은 1405년에 출항하여 수마트라, 자바, 스리랑카, 캘리컷, 멜리카, 퀼론 등의 지역에 항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천문학적인 양의 상품들을 인도의 여러 항구에 전달했는데 알맞은 가격을 산정하는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원정은 이어졌고 보물선단은 점점 더 먼 곳까지 항해했으며 그 비용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덩달아 상인과 탐험가들도 증가했고 그들을 호위하는 병력도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까지 항해하는 45척의 선박에 있는 호위병사가 3만명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명나라의 보물선단이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보다 70여년 앞서 중국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전설적인 보물선단의 항해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급진적인 성향이 강했던 영락제가 1424년 사망하자 그와 대립하던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았고 유교에 기초한 중농주의와 폐쇄정책을 추진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새로 제위에 오른 홍희제를 등에 업고 보물선단의 모든 항해 계획을 취소시켰습니다. 때마침 중국의 북쪽 에서 남쪽으로 관통하는 대운하도 건설되어 바다를 거치지 않고도 물품 수송이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한 때 세계 바다를 주름잡던 보물선단의 함선들을 파괴하고 항해기록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더욱이 15세기 말즈음에는 배에 3개 이상의 돛을 달면 사형에 처하는 형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약 500년 뒤를 살고 있는 제가 보기론 보물선단의 활동을 막은 세력의 판단이 정말 멍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만큼 상업보다 농업을 중시했다는 것이고 유교적 가르침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중국이 대항해시대의 유럽의 열강들과 같이 식민지를 확보하고 노예를 사들여 강제노역으로 부를 쌓아 나갔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여졌을지 궁금해집니다.